세금으로 운영되는 시민구단, 무엇이 문제인가?
K리그 시민구단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그 밑바닥에는 공통적으로 세금 의존도라는 키워드가 있다. 지자체가 예산을 편성하고, 시의회가 승인하며, 시민 세금이 선수단과 프런트, 경기장 운영 등 모든 요소에 투입된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여러모로 구조적 결함을 안고 있다.
1. 불안정한 예산 구조: 선거가 리스크가 된다
시민구단의 가장 큰 문제는 예산이 정치 일정에 따라 좌우된다는 것이다. 시장이 바뀌거나 지방의회가 달라지면 구단의 예산 규모도 크게 달라진다. 실제로 많은 시민구단들은 선거 전에는 예산 삭감에 대한 불안을 겪고, 선거 후에는 운영진 교체라는 또 다른 불확실성을 마주하게 된다.
- 단장, 감독, 스태프가 정치적 이유로 교체
- 연간 운영비 삭감 → 전력 보강 포기
- 장기 비전 수립 어려움
이러한 구조는 프로 스포츠 구단 운영에 있어서 치명적인 비연속성을 초래하며, 팬 충성도와 선수단 안정성에 악영향을 준다.
2. 시민의 구단인가, 정치인의 구단인가
시민구단은 이름만 시민일 뿐, 실제로는 지자체장의 직속 기관처럼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구단주는 대부분 지자체장(시장/도지사)이고, 인사권과 예산권도 모두 시청 산하 부서에 있다. 따라서 구단의 운영이 자주 정치적 전리품처럼 여겨지는 현실이 반복된다.
- 특정 정당 행사에 선수 동원
- 정치 행사에 스타 감독 참석 요구
- ‘시민참여’는 형식적인 명분일 뿐, 실제 결정권 없음
이런 모습은 ‘시민구단’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행정 중심적인 구조이며, 결과적으로 프로 구단의 전문성이 결여된 채 운영되는 결과를 낳는다.
3. 자생력 부족: 마케팅, 팬 베이스 모두 취약
세금에만 의존하는 구조는 구단의 수익 창출 동기와 역량을 약화시킨다. 시민구단들은 지역 팬들과의 연결고리를 강화하려는 적극적인 마케팅 대신, 예산 확보와 행정 보고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 유료 관중 비율 낮음
- 시즌권 판매 구조 미약
- 지역 스폰서 확보 역량 낮음
일례로, 토트넘과 같은 해외 구단은 시즌권만으로 매년 안정적인 수입을 확보한다. 반면 K리그 시민구단 중에는 시즌권 매진 사례조차 거의 없다. 지역민에게 팀은 ‘우리의 구단’이 아니라, ‘시에서 운영하는 뭔가’ 정도의 인식으로 남는다.
4. 제도 개혁 없는 지원은 악순환
지금까지 시민구단에 대한 논의는 대부분 "예산을 더 줘야 한다"는 요구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제도와 구조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예산만 투입되면 비효율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많은 시민구단이 해마다 적자 구조를 유지하며, 이 적자는 결국 시민의 세금으로 메워진다.
이에 따라 다음과 같은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
- 지자체와 구단 운영의 분리 (독립법인화 등)
- 시민주주 모델 도입 (예: FC 바르셀로나의 소시오 구조)
- 외부 전문가 중심의 운영진 구성
- 투명한 회계 공개 및 성과 평가 시스템 구축
'진짜 시민구단'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의 시민구단은 사실상 **‘지자체 부설 구단’**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시민이 주인이 아니라, 정치권력이 주인이다. 이 상태에서 세금을 계속 투입하면 "시민을 위한 구단"이라는 명분마저 퇴색된다.
이제는 '시민이 주인'인 구조로 나아가야 한다. 구단의 운영 방향에 시민이 실질적으로 참여하고, 구단이 마케팅과 콘텐츠를 통해 팬의 충성도를 끌어내야 한다. 그래야만 예산이 아닌 팬과 시장의 선택으로 생존하는 구단이 될 수 있다.
📌 다음 편 예고: '시민구단의 해법은 있는가? 대전-하나은행 사례 분석'
다음 글에서는 대전하나시티즌과 하나은행의 결합 사례를 통해, 시민구단이 자립성과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짚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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