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미 바디, 축구 동화를 마무리하다: 한 남자의 열정, 한 도시의 전설]
2025년 5월, 레스터 시티의 홈구장 킹 파워 스타디움은 한 선수의 마지막 경기를 지켜보려는 팬들의 뜨거운 함성으로 가득 찼다. 제이미 바디(Jamie Vardy). 잉글랜드 축구 역사상 가장 독특하고 감동적인 커리어를 써 내려간 이 스트라이커는 이날을 끝으로 공식적인 작별을 고했다.
그의 마지막 경기에서 바디는 현역으로서 200번째 골을 터뜨리며,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은 피날레를 선사했다. 이는 단순한 한 명의 은퇴가 아닌, 축구가 아직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아름다운 이별이었다.
프로 데뷔는 23세, 시작부터 특별했던 바디
바디는 1987년 생으로, 잉글랜드 셰필드 출신이다. 하지만 그의 축구 여정은 대부분의 프로 선수와 달랐다. 20대 초반까지 바디는 잉글랜드 8부 리그인 스톡스브리지 파크 스틸스(Stokesbridge Park Steels)에서 뛰며, 평일엔 탄소 섬유 공장에서 일하고 주말엔 축구를 하는 생활을 했다.
그의 재능은 곧 노출됐고, 2012년 레스터 시티가 100만 파운드라는 파격적인 금액으로 바디를 영입하며 프로 무대에 본격적으로 입성했다. 당시만 해도 이 금액은 비리그(아마추어 리그) 출신 선수 중 역대 최고 이적료였다.
2015-16 시즌, 기적의 주인공이 되다
레스터 시티의 프리미어리그 우승은 영국 축구사에서 가장 놀라운 사건 중 하나다. 그리고 그 중심에 제이미 바디가 있었다.
그 시즌 바디는 11경기 연속 골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는 기존 기록 보유자였던 반 니스텔로이를 넘은 것이었다. 그 해 바디는 리그 24골을 기록하며 레스터의 리그 우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축구 팬들에게 “동화는 현실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심어주었다.
그는 시즌 종료 후 영국 올해의 선수상(FWA Footballer of the Year)을 수상했으며, 프리미어리그 베스트 11에도 선정됐다.
EPL 황혼기 속에도 꺾이지 않은 본능
프리미어리그 다수의 선수들이 30세를 넘기며 기량이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바디는 예외였다. 2019-20 시즌에는 만 33세의 나이에 23골을 기록하며 득점왕에 올랐다. 이는 EPL 역사상 가장 고령의 득점왕 기록이기도 하다.
노쇠한 기색은커녕, 바디는 오히려 노련함과 예리함을 무기로 삼아 레스터 시티의 에이스 자리를 유지했다. 빠른 발, 침착한 마무리, 상대 수비 라인을 무너뜨리는 타이밍 감각까지. 그는 단순한 "득점기계"를 넘어, 레스터의 상징이자 정신적 지주였다.
팬들과 함께한 마지막 날
2025년 5월, 그는 레스터에서의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 도시와 이 구단을 사랑합니다. 우리는 함께 역사를 만들었고, 나는 이 여정을 평생 기억할 것입니다."
경기 당일, 그는 주장 완장을 차고 그라운드를 밟았다. 수많은 레스터 팬들이 그의 이름을 연호했고, 경기 종료 후 펼쳐진 고별식에서는 바디의 눈가가 붉어졌다. 동료들과 팬들은 바디를 헹가래 쳤고, 킹 파워 스타디움 전광판에는 그의 모든 골과 순간들이 하이라이트처럼 상영되었다.
그는 단순한 골잡이가 아니었다
바디는 단지 골을 넣는 선수가 아니었다. 그는 노력과 끈기의 상징이었다. 비리그 출신, 낮은 리그에서 시작해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이끌고, 국가대표로도 활약했다. 그리고 언제나 팀과 팬을 먼저 생각했던 모범적인 선수였다.
대표팀 경력은 많지 않지만, 유로 2016과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고, 잉글랜드 팬들에게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바디 이후, 레스터는?
레스터 시티는 최근 몇 년간 프리미어리그 강등과 재승격을 오가는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하지만 바디는 떠나지 않았다. 팀이 챔피언십으로 내려가도 그는 함께했고, 승격을 위한 결정적인 골을 터뜨리며 '클럽의 진정한 레전드'로 남게 되었다.
그의 은퇴는 레스터에게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새로운 세대의 공격수들이 바디가 남긴 유산을 잇고자 할 것이다.
축구가 만든 한 편의 영화
제이미 바디의 이야기는 축구 그 자체를 넘어, 인생의 서사로 다가온다. 그는 우리에게 말했다. 출발선이 늦어도, 환경이 불리해도 포기하지 않으면 기회는 올 수 있다고.
그가 그라운드를 떠나더라도, 그의 이름은 레스터의 역사가 될 것이다. 그리고 축구 팬들 사이에서 ‘진짜 스트라이커’, ‘현대 축구의 마지막 로맨티시스트’로 기억될 것이다.
제이미 바디,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다음 여정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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