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국 월드컵, 중국엔 기회일까? – FIFA 확대 안의 숨은 계산
FIFA가 2026년부터 월드컵 본선 출전국을 기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확대하는 데 이어, 장기적으로는 64개국 체제까지 확대하겠다는 논의가 제기되었습니다. 표면상으론 ‘축구의 세계화’라는 명분이지만, 그 속엔 상업성과 시장 확대라는 냉정한 계산이 숨어 있습니다. 이 변화는 중국 같은 축구 약체 국가에겐 기회일까요, 아니면 환상일까요?
1. 확대 추진의 실질적 배경: 시장 논리
월드컵 출전국 확대는 FIFA 내부가 아닌, 남미 축구연맹(CONMEBOL) 측에서 먼저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이를 반긴 곳은 의외로 축구 강국이 아닌 인구 대국들이었습니다. 인도, 중국,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나이지리아 등 ‘미개척 시장’이자 거대한 잠재 소비층을 보유한 국가들이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이미 FIFA 공식 파트너 기업을 다수 보유하고 있고, 광고 시장이나 방송 권리 판매에서도 중요한 시장입니다. FIFA 입장에서는 중국이 본선에 자주 진출하게 될수록 매출은 몇 배로 뛰어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2. 유럽과 아시아의 반대: 질 저하 우려
하지만 확대에 대해 UEFA(유럽축구연맹), AFC(아시아축구연맹) 등은 반대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UEFA의 세페린 회장은 “64개국 월드컵은 경기 수준을 낮추고 흥미를 분산시킨다”라고 공개 비판했습니다.
실제로 출전국이 늘어날수록, 본선에 진출하는 팀들의 평균 실력이 낮아져 하향 평준화가 우려됩니다. 또한 일정이 길어지고 경기 수가 증가하면, 팬들의 관심이 분산되고 대회의 집중도가 떨어지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3. 중국의 현실: 늘어나도 못 가는 이유
출전국이 48개국으로 확대되는 2026년 북중미 월드컵에서도, 중국은 본선 진출이 불확실합니다. 현재 아시아 3차 예선 기준으로 조 1~2위 6개 팀이 직행하게 되는데, 중국은 상위권에 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64개국 체제가 된다면 아시아에서도 12개국 이상이 진출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기회가 늘어난다고 해도 경쟁력이 없으면 못 간다’는 점입니다. 중국 축구의 전술, 피지컬, 멘털, 조직력 등 전반적인 기초 체력이 부족한 상황에선 형식적 확대만으론 돌파구가 되기 어렵습니다.
4. 예선전 무의미화와 흥행 포화 문제
출전국이 늘어날수록 가장 먼저 무의미해지는 것은 바로 예선전의 가치입니다. 이미 본선에 진출할 확률이 높은 상위 국가들은 진지하게 예선에 임하지 않게 되고, 중하위 팀들 간의 격차도 크게 줄지 않아 의미 있는 경쟁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또한 경기 수가 급증하면, 월드컵의 ‘희소성’은 사라지고, 챔피언스리그나 네이션스리그와 같은 상업적 대회들과 시장 포화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월드컵 본선이 100경기 가까이 되면 하루 6경기 이상을 소화해야 할 수도 있으며, 이는 팬들의 피로도와 몰입도를 급격히 낮출 가능성이 있습니다.
5. 월드컵이 아닌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
FIFA가 정말 축구의 다양성과 참여를 확대하고 싶다면, 월드컵 출전국을 늘리기보다 ‘B급 국가들을 위한 대회’를 따로 신설하는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월드컵의 희소성과 상징성을 유지하면서, 성장 가능성이 있는 나라들에 국제무대 경험을 부여하는 방식이 더욱 효율적입니다.
일례로, FIFA가 추진 중인 ‘FIFA 클럽 월드컵 확대’나 ‘유스 월드컵 강화’ 같은 계획들은 보다 현실적이며, 진정한 세계화와 경쟁력 확대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결론: 구조 개편이 곧 성공은 아니다
64개국 체제로의 확대는 단기적으로는 중국과 같은 국가에게 기회의 창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곧 성공이나 월드컵 진출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기본적인 축구 시스템, 인재 육성, 행정 개혁 없이 출전국 수만 늘리는 방식은 ‘껍데기 개편’에 불과합니다.
중국 축구가 이 기회를 진정한 도약의 발판으로 삼으려면, FIFA의 제도 변화보다 자국 내부의 구조 개혁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중국이 추진한 ‘축구 굴기’ 계획과 실제 그 성과가 무엇이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