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아시아 최강이 맞을까?
1. ‘아시아 최강’이라는 타이틀, 여전히 유효한가?
한국 축구는 오랫동안 아시아 축구의 맏형으로 불렸다.
월드컵 10회 연속 진출, 아시안게임과 아시안컵에서의 꾸준한 성적, 그리고 유소년 대회에서의 활약은 한국 축구의 저력을 입증해 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그 ‘최강’이라는 타이틀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팬들의 기대와는 달리 주요 대회에서의 성적은 점점 부진해지고 있으며, 경쟁국들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한국 축구는 여전히 아시아 최강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2. 국제 대회 성적의 하향세
2023 아시안컵은 그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대회였다.
조별리그부터 답답한 경기력, 후반 집중력 부족, 그리고 전술 부재가 이어졌고, 결국 4강에서 요르단에게 0-2로 무기력하게 패했다.
한편 일본은 보다 조직적이고 효율적인 경기력을 선보였으며, 중동 국가들의 돌풍도 인상적이었다. 한국은 아시아 정상에 도전하는 국가들 중 한 팀일 뿐, 압도적인 1위는 아니었다.
3. 최근 한일전에서 드러난 격차
한국 축구의 위상 저하를 가장 실감할 수 있는 장면은 바로 한일전이다.
최근 A매치 기준 5연패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 중 3경기는 3점 차 이상의 참패였다.
특히, 2021년 한일전(0-3 패)은 전반전부터 압도당한 경기로, 기술, 스피드, 조직력에서 모두 열세였다. 일본은 유럽파 선수들의 기술과 현지 리그 시스템의 탄탄함을 바탕으로 경기 흐름을 완전히 장악했다.
4. 개인은 세계적, 대표팀은 아쉬운 팀워크
손흥민(토트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PSG) 등 세계 무대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은 한국 축구의 자부심이다.
그러나 대표팀으로 모였을 때 이들의 능력이 시너지를 내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다.
경기 내내 패턴이 없고, 선수 개개인의 기량에 의존하는 모습은 ‘전략 없는 팀’이라는 인식을 만든다. 결국, 전술적 유기성 없이 구성된 대표팀은 강팀을 상대로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는 경우가 잦다.
5. K리그의 영향력 감소
과거에는 K리그가 대표팀의 뿌리 역할을 하며 전력 균형을 잡아주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K리그의 위상은 상대적으로 약화되었고, 팬 관심도나 상업성 면에서 J리그에 밀리는 모습이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도 K리그 팀들의 성적은 예전만 못하다. J리그 팀들의 전술 다양성과 조직력, 그리고 리그 시스템의 안정성이 더 앞서 있다는 평가도 많다.
6. 일본과의 시스템 격차
일본은 2000년대 초반부터 축구협회의 주도 하에 과학적인 유소년 육성 시스템을 구축해 왔다.
그 결과 유럽 리그에서 뛰는 선수가 60명이 넘고, 기술 중심의 세련된 축구를 하는 팀이 되어가고 있다.
반면, 한국은 아직도 ‘피지컬’과 ‘투지’에 의존하는 구시대적 전략에서 완전히 탈피하지 못했다. 특히 유소년 축구는 지나치게 승부 중심으로 운영되며, 창의성과 전술 교육이 부족한 것이 문제다.
7. 중동·중앙아시아의 약진
한때 ‘한일 양강’ 체제로 불리던 아시아 축구의 구도는 이제 완전히 바뀌었다.
요르단, 우즈베키스탄,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공격적인 투자와 리그 활성화, 국가 차원의 스포츠 정책을 통해 급성장 중이다.
특히, 2023 아시안컵에서 요르단은 한국과 일본을 모두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이는 아시아 축구의 ‘지형도 변화’를 의미하며, 더 이상 한일 양국이 독주할 수 없는 시대가 왔음을 보여준다.
8. 감독 선임과 전략 실패
한국은 감독 선임 과정에서도 여러 차례 논란을 겪었다.
최근 몇 차례의 대표팀 감독 선임은 철학, 장기적 비전보다 ‘성과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며, 결과적으로 안정된 팀 운영이 어려웠다.
전술적 유연성이 부족하거나, 선수단과의 불화로 조기 경질되는 경우가 반복되며, 대표팀의 일관성도 떨어지고 있다. 반면 일본은 감독 선임에 있어 철학 중심의 접근을 택하고, 장기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9. 한국 축구의 희망과 잠재력
비관적인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 축구는 여전히 잠재력이 크다. 유럽에서 경험을 쌓은 유망주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고, K리그도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방향으로 변화 중이다.
또한,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과 축구 인프라는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수준이다. 이 잠재력을 잘 연결하고 체계화한다면 한국은 다시 아시아 정상에 설 수 있다.
10. ‘아시아 최강’, 다시 되찾기 위한 조건
한국이 다시 아시아 최강이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 유소년 시스템의 개편과 창의성 중심의 교육
- 전술적 디테일을 갖춘 지도자 육성
- 대표팀 운영의 전문성 강화
- K리그의 경쟁력 회복 및 국제화
- 협회 중심이 아닌 현장 중심의 의사 결정 구조
이러한 변화는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없다. 하지만 축구계 전체가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팬들도 비판뿐 아니라 응원을 통해 변화에 힘을 실어준다면 한국 축구는 반드시 다시 도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