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중국은 개인 스포츠는 잘하면서 팀 스포츠는 약한가?
중국은 올림픽 메달 수에서 매번 세계 상위권에 오르며 ‘스포츠 강국’의 위상을 자랑합니다. 탁구, 배드민턴, 체조, 다이빙, 수영 등 개인 종목에서는 전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을 꾸준히 배출해 왔습니다. 그러나 축구, 농구, 배구 같은 팀 스포츠에서는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이며 국제대회에서 고전하고 있습니다.
왜 중국은 개인 스포츠는 강하면서 팀 스포츠는 약할까요? 이 질문은 단순한 경기력 문제가 아닌, 중국 사회의 구조와 문화, 그리고 스포츠 시스템의 근본적인 차이와 맞닿아 있습니다.
1. 국가 중심 엘리트 시스템의 영향
중국의 엘리트 스포츠 육성은 철저히 국가 중심의 계획형 모델입니다. 어린 시절 유망주를 선발해 국가 시스템 안에서 훈련시키고, 메달 가능성이 높은 종목에 집중적으로 자원을 투입합니다. 이는 올림픽 메달이 ‘정권의 업적’으로 간주되는 정치 체계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이 구조에서 탁구나 체조 같은 개인 종목은 통제가 쉽고 성과 예측이 가능하므로 우선순위가 됩니다. 반면 팀 스포츠는 변수가 많고, 인재도 다수 필요해 ‘계획 대비 성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외면받는 구조입니다.
2. 기록 스포츠 vs 정성 스포츠
개인 종목은 대부분 기록 중심 스포츠입니다. 100m를 몇 초에 달렸는지, 얼마나 멀리 던졌는지가 절대적인 평가 기준입니다. 반면 축구, 농구 등 팀 스포츠는 전술적 이해, 조직력, 창의성, 협동심 같은 정성적 요소가 더 많이 작용합니다.
중국의 체육 시스템은 수직적인 문화와 상명하복 구조로 인해 주체적인 판단력과 팀워크 훈련에 한계를 보입니다. 창의적 플레이를 장려하기보다 코치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데 익숙한 선수들이 국제무대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유입니다.
3. 유소년 스포츠 문화의 빈약함
중국은 오랜 기간 1 가구 1자녀 정책을 시행하면서, 부모들이 자녀를 위험한 길로 보내는 것을 꺼려했습니다. 그 결과 운동 자체에 참여하는 아동·청소년의 수가 적고, 특히 장기적 리스크가 큰 팀 스포츠는 선호도가 낮았습니다.
또한 학교나 지역 커뮤니티 중심의 자발적 스포츠 활동도 매우 부족합니다. 반면 유럽, 남미, 한국 등 축구 강국은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친구들과 팀을 만들어 축구를 하며, 경쟁과 협동을 몸으로 익힙니다. 중국에서는 축구는 학교에서 시키는 것일 뿐, 놀이이자 삶의 일부가 아닙니다.
4. 성공 모델의 부재와 롤모델 부족
중국은 개인 종목에서는 ‘야오밍’(농구), ‘류시앙’(육상), ‘쑨양’(수영) 같은 세계적인 스타를 배출하며 해당 종목에 대한 인식과 선호도를 높였습니다. 하지만 팀 스포츠에서는 국제적인 성공 경험과 인지도 있는 롤모델이 거의 없습니다.
가령 축구의 경우, ‘우레이’ 외에 세계적 수준에서 인정받은 선수가 드물고,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인물도 거의 없습니다. 이는 자연스럽게 젊은 세대가 팀 스포츠에 관심을 덜 갖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5. 부패와 관료주의의 영향
앞선 편에서 다룬 것처럼 중국의 스포츠 행정은 여전히 관계 중심, 돈 중심의 구조가 강합니다. 이는 실력보다는 인맥과 배경이 우선시 되는 경향을 낳고, 특히 팀 스포츠에서는 선수 선발과 기회 분배에서 공정성이 결여되기 쉬운 구조를 만듭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진짜 실력 있는 선수가 설 자리를 잃기 쉬우며, 팀워크보다는 ‘생존 경쟁’이 우선되는 문화가 형성되기도 합니다. 팀 스포츠가 발전하려면 공정성과 신뢰, 투명한 행정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결론: 팀 스포츠는 시스템의 거울이다
중국이 개인 스포츠에서는 세계 최강이면서도 팀 스포츠에서는 약한 이유는, 단순히 종목 특성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자율성, 창의성, 협업, 신뢰 등 팀 스포츠가 요구하는 요소들이 중국의 교육과 문화, 행정 시스템과 충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 스포츠는 개인을, 팀 스포츠는 사회를 닮습니다. 중국이 진정한 스포츠 강국이 되려면, 이제 팀 스포츠의 가치를 새롭게 바라보고, 시스템 전반의 개혁에 나설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중국 축구에 왜 ‘축구 피라미드’가 없는가?”라는 주제로 이어갑니다.